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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산다/살림피는 생활정보

[살림피는 생활정보] '철학하고 앉아 있는' 만화 주인공에게 들어봤습니다. 공감되는 한마디! 보노보노, 스폰지밥, 오늘의 네코무라씨




"다 알아요. 지금 당신의 상황,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곤 합니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오다가다 만난 타인의 말에서, 유행가 가사에서, 우연히 펼쳐본 소설의 한 문장에서. 오래된 답답함이나, 알 수 없는 두려움, 가끔 툭 튀어나오는 상처가 한순간 괜찮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거든요. 필자는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 같은 만화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각 동물 특유의 귀여움은 물론이요, 동물과 사람 사이 그 어디쯤 있는 그들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거든요. 풀기 힘든 문제가 생기면 매우 엉뚱하지만 단순, 명쾌하게 해결하고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마디는 정말이지 훅~ 들어올 때가 있어요. 오늘 소개할 <보노보노>, <오늘의 네코무라씨>, <네모바지 스폰지밥> 그들입니다. 사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가끔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건네는 귀염둥이들의 한마디, 지금 들어보실래요? 



 삶을 향한 엉뚱하고도 끝없는 질문, <보노보노>


필자가 <보노보노>를 처음 만났던 건, 2000년대 초반 방영된 TV 만화 시리즈를 통해서였어요. "너부리야~ 포로리야~" 보노보노 목소리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처음엔 그냥 엉뚱하고 귀여운 만화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무렵 필자가 열광했던 문화잡지 <paper> 기사에 '어른들을 위한 철학 만화'라고 소개된 것을 본 이후 <보노보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지요. 이후 TV 만화가 아닌 단행본을 하나둘씩 사 모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를 찾았던 기억입니다. <보노보노>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가 1986년 첫 연재를 시작하여 (그러고 보니 보노보노는 33살이네요) 지금까지 전 세계 1천만 부나 발행된 베스트셀러인데요, 매사 궁금증 많은 귀여운 해달 보노보노와 깐족 매력의 사랑스러운 다람쥐 포로리, 직언을 퍼붓는 츤데레 라쿤 너부리의 수채화 같은 숲속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작년 한국에서는 보노보노 속 명대사를 에세이로 엮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답니다. 보노보노의 주옥같은 말은 어떤 편을 보아도 쏟아져 나오는데요, 오랜만에 필자는 제5권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그중에 몇 개 골라볼게요~ 삶에 대한,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하게 됩니다.



 (왼쪽) 안녕! 보노보노 시즌3 포스터, 출처: 투니버스, tving(바로 가기

 (오른쪽) 단행본 <보노보노> 제5권 내지, 1998년 서울문화사, 필자 개인 소장


 

만화 <보노보노> 제5권 내지, 1998년 서울문화사, 필자 개인 소장



"가본 적 없는 오르막길은 본 적 없는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그럼 본적 없는 내리막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시는 재밌다. 느낀 것을 일부러 말하다니. 느낀 것을 일부러 이상하게 말하다니. 아하하 아하하하핫."


"찌릿찌릿 찌릿찌릿 물고기의 움직임이 너부리에게 전해진다. 내가 움직이면 누군가에게 그게 전해질까?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우리들은 무리하고 있다. 어떻게 되고 싶은 거지? 어떻게 되고 싶지 않은 거지? 넌 어때? 어떻게 되고 싶어? 어떻게 되고 싶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너부리는 새로운 집을 찾는다. 포로리는 배짱이 발 조각을 찾는다. 찾을 게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정말이다. 정말, 정말이다."



 프로패셔널한 고양이 가정부, <오늘의 네코무라씨>


필자는 고양이가 '너어무' 좋습니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품에 항상 (길) 고양이가 안겨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밥 먹었어?' 말 한번 걸어 보는 습관이 있답니다. 고양이와 정말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쭈욱~ 했던 것 같은데, 만화 <오늘의 네코무라씨> 속 고양이 가정부 네코무라씨는 그야말로 제 '이상형'입니다. 밥, 빨래, 청소 등등 집안일은 기본이요, 가족 구성원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 바깥주인에게는 안주인의 취향을 귀띔해 센스있는 남편이 되게 하거나, 안주인에게는 살뜰하고 다정한 말로 공감을 사고, 밥 잘 안 먹는 주인집 딸을 위해서는 특제 '네코무라이스'를 만들어 먹이고, 할머니께는 특유의 꾹꾹이 안마를 선사하는 - 로 집주인 가족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급 고양이입니다. 


네코무라씨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가정부로 취직하려고 하니, 얼마나 핸디캡이겠어요. 그래서 사람보다 뭐든 더 열심히, 매사에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사람도 똑같잖아요. 나름의 방식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게 참 오묘하게 오버랩 되더라고요. 열정이 불러온 오지랖 과잉 고양이 네코무라씨, 때로는 풋- 하고 귀여운 웃음이, 때로는 잘하려고 했는데 어그러진 일 때문에 속상해하는 걸 보면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이지요. 바람 잘 날 없는 오늘의 네코무라씨에게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참, <오늘의 네코무라씨> 1권이 2009년에 나왔는데 작년인 2017년에 9권이 나왔어요. 작가 호시 요리코가 1년에 1권꼴로 쓰는 것 같네요. 처음에는 다음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지만, 4권까지 모으고 잊어버렸었네요. 



 만화 <오늘의 네코무라씨> 1권, 2권 표지와 내지, 2008년 조은세상, 필자 개인 소장



"아… 안돼… 내일이 첫 출근날인데 잠이 하나도 안 오잖아… 긴장과 흥분이 마구 섞여서 꼭 마블초코 같은 기분이야…"


"저요… 잘못하면 잘릴지도 몰라요. 오늘도 사모님한테 엄청 혼났어요. 자꾸 실수하게 돼요. 저도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거나 하면 좀 더 도움이 될까요?"


"걱정 마,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열심히 일한다면 분명 성장하게 될 테니까. 대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해… 사람이란 누구나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해 가는 법이야.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오늘도 내일이 되면 어제… 내일이 또 내일이 되면 오늘… 그저께의 그저께의 그저께의 계~속 그저께… 그리고 그 그저께의 계속~ 그저께… 그 그저께의 어제, 내가 도련님과 처음 만난 거야… 그리고 그 내일 모레의 모레의 모레의 계속~ 모레의 계속~ 모레의 내일, 도련님이 외국으로 가버리셨고… 그리고 오늘부터 내일… 모레가 계속 지나면 나는 도련님과 만날 수 있겠지? 그래, 네코무라 네코의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인 거야!!"



 바보, 너무 사랑스럽잖아! <네모바지 스폰지밥>


처음엔 정말 설거지할 때 쓰는 스폰지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스폰지밥은 '해면'이라는 바다동물이더라고요. <네모바지 스폰지밥>은 1986년(스폰지밥도 보노보노와 동갑, 33살이네요) 해양 생물학자이자 애니메이터인 스티븐 힐런버그가 만든 미국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데요, 태평양 바닷속 '비키니 씨티'라는 해저 도시에서 햄버거집 '집게리아'의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폰지밥'과 불가사리 '뚱이', 달팽이 '핑핑이' 등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이야기랍니다. 스폰지밥이야 워낙 유명한 캐릭터라 그 외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딱 보기에 그렇게 예쁜 캐릭터는 아니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요, 몇 해 전 한 영상을 보고 스폰지밥의 왕팬이 되어버렸습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스폰지밥의 <월요일송>!! "월요일 좋아~"로 시작해 "월요일 좋아~~~"로 끝나는 이 영상은 스폰지밥이 얼마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지 수많은 에피소드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월요일이 아주 '씐나고 행복한' 요일처럼 느껴져요. 스폰지밥의 일터인 집게리아가 열지 않는 일요일엔 추욱- 처져 있다가 월요일 아침 모닝벨이 울리며 시작하는 그의 월요일은 네모바지를 더욱 네모나게 다리는 일부터 시작해요. "난 일할 때 제일 멋지지! 오~ 좋아~ 월요일 좋아~~ 한 번 더!" 


참, 스폰지밥의 절친 뚱이도 월요일을 정말 좋아해요. 맛있는 햄버거를 3개나 먹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모로 스폰지밥과 친구들은 집게리아가 열리는 월요일이 참 좋은가 봐요. 어찌 됐건 이 노래를 일요일 오후부터 찾아오는 두통의 원인 '월요병'을 앓는 모든 직장인에게 들려드리고 싶네요. 물론 스폰지밥의 또 다른 친구인 징징이처럼 "월요일이 좋다는 멍청인 세상천지에 너 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테지만요, 아주 잠깐이라도 월요일을 맞은 더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의 1인, 스폰지밥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니'까요~



<스폰지밥 3D> 홍보 영상 '월요일송', 출처: CJ Entertainment 유튜브(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