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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산다/살림피는 생활정보

[살림피는 생활정보] "혹시 이거 저작권에 위배되나요?"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저작권 상식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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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심심찮게 접하는 '저작권 이슈'.
누군가가 저작권을 위반했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했다,
A와 B양자 간에 저작권 분쟁이 시작됐다, ···.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네' 하고 넘기려다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이 꽤 많은 '저작물'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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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저작물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굿즈숍에서 만나는 다종다양한 캐릭터 상품, 유명인들이 모델로 출연한 각종 온라인 광고 영상, 마트 진열대의 상품 패키지(이를테면 샴푸와 염색약)에 붙은 연예인 사진 등등.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이 모든 것은 이른바 '저작물'입니다. 이렇듯 우리 일상과 저작물은 대단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요. 그만큼 우리가 지켜야 할 저작권의 수와 종류가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간엔 일상생활과 밀접한 저작권 상식, 딱 세 가지만 알아보도록 해요!

 

 

ㅣ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좀 크게 틀었어요. 이러한 경우에도 저작권료를 내야 할까요?

 

현행 저작권법은 공개 장소에서 음악 저작물 재생 시 저작권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작권료란 '음악저작권료' 또는 '공연 저작권료'라 불리는 저작권 이용 요금이에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어떤 사람이 공원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 스피커로 최신 유행곡을 틀었다면, 노래 소리가 공원 이용객들 다수에게 들릴만큼 컸다면, 이 경우는 음악저작권 위반이 될까요?이 사람은 음악저작권료(공연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걸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저작권 위반도 아니고, 저작권료 안 내도 됩니다. 
공개 장소에서의 음악 재생은 원칙적으로 저작권료 납부를 요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아래와 같이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저작권 법 제29조 2항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상업용 은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개된 장소에서 내 휴대폰 스피커로 음악 틀기(음악저작물 재생하기)! 이 일상적인 행위에도 '저작권법'이 관계하고 있었어요~

 

요컨대, 음악을 재생한 대가로 공원 이용객들에게 돈을 받지 않은 이상 저작권 위반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 조항'입니다. 공개 장소에 음악 저작물을 재생하려면 원칙상 저작권료를 내야합니다. 2019년 저작권법 시행령 제 11조 개정과 함꼐 공연저작권료 납부 대상이 확대됐는데요. 커피 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등 50m² 이상 규모 매장(일부 업종)에선 저작권료를 내고 음악을 틀어야 합니다.

 

 

ㅣ 파노라마의 자유? 무한정 자유롭진 않다!

도심 속 즐비한 갖가지 건물, 주택 단지나 시민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조각상이나 그림 작품도 저작물(건축저작물·미술저작물)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사진으로 찍어 SNS에 게시하거나 타인에게 공유하는 행위는 불법일까요?

 

저작권법 제35조 

1항: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 다만,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항: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

 

···라고 하네요! 불법은 아닌 겁니다(굵게 표시한 부분 참고!) 이렇듯 특정 건축물이나 아파트 단지 내 조각상처럼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을 자유롭게 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을 '파노라마의 자유'라고 합니다.

 

 

조각가 김영원 선생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기증한 작품 '그림자의 그림자 - 길'
8미터 높이의 이 대형 청동상 또한 파노라마의 자유 범위에 속한다 할 수 있습니다!

김영원 선생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하기도 한 거장이지요~

 

 

하지만 파노라마의 자유가 무한정 자유로운 건 아니에요. 저작권법 제35조 2항은 다음과 같은 제약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1.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 
2.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3.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4.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또한, 제35조 2항에 명시된 "개방된 장소"란 옥외 장소를 가리키는데요. 즉, 호텔이나 공연장 내부에 설치된 미술저작물은 파노라마의 자유 범위에 속하지 않는 거죠. 호텔 로비의 조각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개인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여 이익을 취했을 경우,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호텔 바깥(건물 밖)의 조각상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ㅣ 저작권 분쟁 겪게 됐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분쟁조정'을 이용해봅시다! 

 

저작권 분쟁은 각종 기사로만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보던 남 일이었는데, 별안간 내 일상에 닥치게 된다면, 누구든 당황스러울 거예요. 저작권 분쟁이라고 하면 왠지 '법정 소송'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여겨져서 더 불안해집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저작권 전문 기관입니다. 저작권과 관련한 다양한 민원을 처리하는데요. 그중 주요 업무가 '저작권 분쟁조정'입니다.(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전신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_한국저작권위원회 CI 다운로드 페이지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저작권 분쟁조정' 소개 및 신청 페이지를 보실 수 있어요. 

 

신청인이 취지를 기재한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조인 출신과 해당 분야 전문가가 포진한 조정부에 배당된다. 저작권법을 바탕으로 삼아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조정은 재판에 비해 간편할뿐더러 성립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두터운 효력이 생긴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재판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 
[···]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합의의 기회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고, 합의에 이르면 그 이행을 법으로 뒷받침해주는 제도다. 조정실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공적 힘을 부여함으로써 개인 간의 합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만약 불성립으로 종결되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향후 재판의 증거도 되지 못한다. 


*인용 출처: 언론학 박사 손수호 칼럼 「저작권 분쟁조정과 법정허락의 이해」, 
『타이포그래피 서울』, 2020.10.23., http://www.typographyseoul.com/news/detail/1239

 

위 인용문의 내용처럼, 저작권 분쟁조정은 법정 공방으로 치닫기 전 쌍방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심의 절차입니다. 저작권 분쟁조정 심의위원들은 저작권 및 관련법 전문가들로 구성되는데요. 당사자들의 의사만 확실하다면, 합의로써 분쟁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조력한다고 해요. 그러니 혹시나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일단은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분쟁조정 민원을 신청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