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미 대선은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전 부통령 출신인 민주당 조 바이든의 이파전 구도였는데요, 며칠 간의 엎치락뒤치락했던 숨 막히는 개표 상황을 연출한 끝에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로 1차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 방식입니다. 두 번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죠. 우선 유권자들이 주(state)를 대표할 선거인단을 뽑습니다. 그다음, 미전역 50개 주의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46대 대선의 경우, 현지 시각으로 11월 3일에 선거인단 투표, 12월 14일에 선거인단의 대통령 투표가 이루어집니다. 조 바이든이 당선된 상황이고 선거인단의 투표는 형식상 이루어지는 거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과 소송 탓에 취임까지는 여러 진통이 예상됩니다.
미 대선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정세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영화 관객으로서 우리에게도 미국 대통령은 좀 친숙한(?) 존재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미국 대통령을 등장시켰는데요. 다소 낯간지러울 정도의 영웅화가 있었던가 하면, 풍자적으로 희화화시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내년 1월 6일 당선인 최종 공표까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할리우드 영화가 그린 미국 대통령의 이런저런 면모를 구경(?)해보는 건 어떨까요.
ㅣ 테러리스트 때려잡는 대통령이라니! <에어 포스 원>
· 원제: Air Force One
· 개봉연도: 1997년
· 감독: 볼프강 피터젠
· 출연: 해리슨 포드, 게리 올드만 등
· OTT 감상 좌표 ▶ 왓챠(바로 가기)
미국 대통령 전용기 명칭이 '에어 포스 원'임을 널리 홍보한 영화입니다.(사실··· 타국 대통령의 전용기 명칭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1997년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거뒀고, 그 덕에 '에어 포스 원'이라는 이름과 존재에 얼마간 판타지가 더해졌죠. 왠지 미국 대통령은 주연 배우인 해리슨 포드처럼 근사하고 용감하고 가족과 국민들을 목숨 걸고 지키며, 심지어 테러리스트를 때려잡을 수 있을 법한 판타지!
영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에어 포스 원이 하이재킹당한다, 이 상황을 대통령 혼자 막아낸다, 끝. <에어 포스 원>은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American Peace'를 의미하는 라틴어로 미국이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일종의 정치적 사상)의 정점이라 할 만한 블록버스터인데요. 극 중 제임스 마샬 대통령(해리슨 포드)은 테러 조직 수괴(게리 올드만)를 비행기 밖으로 내던질 때 이렇게 일갈하죠. "내 비행기에서 내려(Get off my plane)!" 이 장면은 미국 관객들 사이에서 퍽 화제였다고 해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어 포스 원>을 무려 두 번이나 관람하며 극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왜 아니겠습니까.(^^;;)
ㅣ 이번엔 사랑이다! <대통령의 연인>
· 원제: The American President
· 개봉연도: 1995년
· 감독: 롭 라이너
·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 아네트 베닝, 마틴 쉰 등
· OTT 감상 좌표 ▶ 웨이브(바로 가기)
1990년대에 개봉한 또 다른 '대통령 영화'입니다. <에어 포스 원>이 액션 히어로 대통령을 그렸다면, 이 작품엔 사랑꾼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개봉명은 <대통령의 연인>이지만, 원제는 <The American President>예요. 말 그대로 '미국 대통령'입니다. 당대 할리우드에서 큰 사랑을 받던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 아네트 베닝이 각각 '대통령'과 '연인'을 연기했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는 내용인데요. 정치적 커리어보다 사랑을 더 중히 여기는 대통령, 음악에 맞춰 연인과 춤을 추는 대통령, 타인들(정치 세력과 여론)의 눈치 안 보고 당당히 연애하는 대통령, ···. 영화 속 대통령은 이렇듯 로맨틱합니다. 그러고 보니 1990년대 흥행작 중엔 유독 '대통령 영화'들이 눈에 띕니다. 1995년 <대통령의 연인>, 1996년 <인디펜던스 데이>(미국 대통령이 무려 전투기를 직접 조종해 외계인을 물리칩니다), 1997년 <에어 포스 원> 등등. 1993년 취임한 46세 대통령 빌 클린턴에 대한 당시 대중적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클린턴은 1998년 연임에 성공하지만 같은 해 터져 나온 성 추문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죠. 그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더이상 액션 히어로 대통령도 로맨티스트 대통령도 할리우드에선 보이지 않았고요.
ㅣ '불명예 퇴임' 전직 대통령의 씁쓸한 야망 <프로스트 vs 닉슨>
· 원제: Frost/Nixon
· 개봉연도: 2008년
· 감독: 론 하워드
· 출연: 프랭크 란젤라, 마이클 쉰 등
· OTT 감상 좌표 ▶ 웨이브(바로 가기)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대단히 유명하죠.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을 불법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키맨,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도중 물러난 유일한 인물. 이렇듯 닉슨의 유명세는 '악명'에 가깝습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2018년 『공포(Fear)』, 올해 『분노(Rage)』라는 책을 차례로 내놓으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두 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디스'하는 책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로스트 vs 닉슨>의 시점은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사임 당한 이후입니다. 토크쇼 MC 데이빗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닉슨(프랭크 란젤라) 전 대통령을 인터뷰이로 섭외하고, 무려 나흘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프로스트는 방송계 재기를 노리는 왕년의 MC, 닉슨은 정계 복귀를 꿈꾸는 전직 대통령입니다. 이처럼 비슷한 욕망을 지닌 두 문제적 인물들이 끝장토론을 벌인다는 게 <프로스트 vs 닉슨>의 줄거리예요.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오로지 정치적 야망만 앞세우는 극 중 닉슨의 모습.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길 듯합니다.
ㅣ 미국 대통령 8명을 수행한 실존인물의 얘기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 원제: The Butler
· 개봉연도: 2013년
· 감독: 리 다니엘스
·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오프라 윈프리 등
· OTT 감상 좌표 ▶ 왓챠(바로 가기)
이 영화는 미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습니다. 백악관 처처의 실무자들을 무척 생생히 그렸죠.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라는 제목처럼, 34년 동안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대통령 8명을 수행한 실존 인물 유진 앨런의 삶을 극화한 작품이에요.
영화 속 백악관 실무자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백악관이라는 국가 최고 권력 기관도 결국 '보통 사람들'의 손과 발에 의지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이런 실무자들 덕분에 대통령직을 정상 수행할 수 있는 것이로군' 하는 생각도 들 거예요. 특히 이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서정적인 줄거리를 펼쳐 보이는데요.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정치나 국정 운영과는 동떨어진 성실한 일꾼들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일 겁니다.
ㅣ 위인 말고 정치인 <링컨>
· 원제: Lincoln
· 개봉연도: 2012년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조셉 고든 레빗, 토미 리 존스 등
· OTT 감상 좌표 ▶ 넷플릭스(바로 가기)
현재 삼사십대 분들은 유년기 때(1980~1990년대) 링컨 위인전을 한 번쯤 보셨을 것 같은데요. 80~90년대만 해도 유명인들의 일대기를 요약한 일명 '위인전' 시리즈가 유행이었죠. 백범 김구, 충무공 이순신, 헬렌 켈러, 퀴리 부인, 토머스 에디슨, 칭기즈 칸, 파브르, ······. 세계 각국의 인물들이 한 시리즈 안에 모두 포함돼 있었잖아요. 그 시절 위인 인명부(?)에 빠지지 않았던 또 한 사람, 바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링컨은 노예 제도를 폐지한 대통령으로 유명합니다. '대통령들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도 있고요. 왠지 링컨은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올 법한 인물 같습니다. 말 그대로 '위인'. 그런데 영화 <링컨>은 위인 말고 인간 링컨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치인 링컨'이라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할 듯합니다. 노예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난한 정치적 타협은, 오늘날의 정계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 과정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정치인 링컨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어쩌면 위인이 아니었기에 노예 해방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것 아닐까, 어쨌거나 노예제 폐지는 '정치적 쟁점'이었으니까, 라는 메시지를 <링컨>은 조심스레 관객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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