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눅눅하고 햇빛 나면 타들어 갈 것 같고... 요즘 지내기 참 힘드시지요? 이럴 때 잠깐이라도 시원한 휴식 하시라고 꿀 같은 '여름 휴가'가 있잖아요. 어디로 갈지 계획은 세우셨어요? 혹시라도 지금까지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생각도 못 하고 계셨다면 오늘의 이야기를 잘 만나신 거예요. 마음속까지 시원~해 지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할까 해요. 자연이 만든 천연 수영장에 천연 슬라이드 코스까지! 여느 워터파크 부럽지 않은 장소들로 골랐어요. 직접 가 봤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좋아 여러분께도 알려드려요~ 내 마음속 베스트 여름 여행지, 지금 시작합니다.
천연 워터슬라이드가 신나는 '도림사계곡'
물미끄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튜브가 망사가 될때지 탔어요! - Photo by TAZ
'곡성' 하면 영화 <곡성> 때문에 살짝 섬뜩한 느낌이 난다는 분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필자는 다릅니다. '곡성' 하면 천연 워터슬라이드가 신나는 '도림사계곡'이 먼저 떠오르거든요. 몇 해 전 여름, 보성녹차밭을 꼭 가보겠다고 그해 휴가지를 전라남도로 정했거든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빛이 쨍하면 쨍한 대로 신나게 돌아다녔었지요. 그런데 여름 휴가의 꽃 물놀이를 빼먹으면 안 되잖아요. 필자가 좋아하는 계곡을 폭풍 검색하여 이곳을 찾았었습니다. '도림사계곡'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101호로 지정된 곳으로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세운 절인 도림사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해요.
도착하니 깊은 산 속 옹달샘보다 훨씬 큰 천연 수영장과 층층이 있는 반석들 때문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경치가 좋았어요. 반석 곳곳에는 알 수 없는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나중에 찾아보니 풍류가 느껴지는 옛 선현들의 문구라고 하네요. 총 1km에 이른다는 이 계곡은 총 9개의 각 특징이 있는 반석과 그 위로 흐르는 계곡물이 중간중간 소를 이루고 있대요. 필자가 놀던 곳이 어느 반석의 어느 소인지는 모르겠으나, 반석과 물이 어우러져 만든 천연 슬라이드에 어찌나 몸과 튜브를 맡겼던지, 튜브가 닳아 망사가 될 지경이었어요. 또한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무색하게 영혼까지 시원해지는 계곡표 천연 수영장은 너무 맑아 깊이를 알 수 있었기에 안전하게 첨벙대며 놀았던 기억입니다.
도림사계곡
- 주소: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월봉리 553-1
- 주차 시설: 있음
- 도림사 입장료: 어른 2,000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1,000원
- 문의: 061-360-8308(관광과)
산신령이 나타날 것만 같은 비현실적 공간 '동굴민박'
숙소 앞에 바로 있는 천연 수영장 덕에 물놀이 하다 먹고 물놀이 하다 자고 또 물놀이를 반복할 수 있어요! - Photo by TAZ
충북 단양에 있는 동굴민박은 사실 도림사계곡처럼 공공휴양지는 아니에요. 그냥 펜션(지금은 이름이 '가곡동굴펜션'으로 바뀌었네요)인데, 자연환경이 너무 좋은 곳이라 추천하게 되었지요. 절대 이곳 사장님과 아는 사이는 아니니까 오해는 마시고요, 개인적으로는 2번 다녀왔고 또 매년 가고 싶은 곳이랍니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요? 일단 펜션 바로 앞 계곡물이 모여 만들어진 천연 수영장은 앞서 도림사계곡의 그것보다 더 넓고 살짝 더 깊어 물놀이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물론 맑디맑은 건 기본으로 계곡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여서 무서운 느낌도 전혀 없어요. 펜션으로 들어가는 길도 얕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이었지요. 숙소가 코앞이라 놀다가 들어가서 자고, 또 놀다가 들어가서 먹고를 반복할 수 있어 편하더라고요.
또 물놀이를 한참 하다 보면, 배가 고프잖아요. 테라스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구우면 친절한 사장님이 텃밭을 내어 주시며 고추랑 상추랑 마음껏 뜯어 가라고 해주신답니다. 이런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요즘 같은 짠내나는 시대에는 이런 훈훈함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사실 지금까지도 좋았지만, 제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요. 바로 펜션 옆 넓은 공터 한 곳에 있는 '동굴'이랍니다. '동굴민박'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시작되었겠지요. 한여름 40도가 가까운 뜨거운 날에도 이 작은 동굴 주변에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이 이 속에만 들어가면 에어컨 할아버지를 틀어 놓은 것 같은 서늘함이 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깊은 곳까지는 못 들어가 봤지만, 입구 쪽에만 서 있어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요. 산신령이 퐁~ 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 비주얼이죠. 여기 동굴민박 주변이 거의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웅장한 산으로 뒤덮여 있고 산보다 낮은 구름 덕에 멋진 풍경화를 보는 것 같거든요. 이곳에서의 며칠은 세상과 단절된, 그런 특별함이 있습니다. 참, 몇 해 전 <1박 2일> 멤버들이 동굴 체험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답니다.
*지금은 '가곡동굴펜션'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필자의 마음속에 있는 건 그 전의 이름인 '동굴민박'이기에 표현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삼복더위에 느끼는 한기, 밀양 '얼음골과 호박소'
얼음골 사과의 고장 밀양, 이곳 결빙지의 온도는 평균 0℃ 내외랍니다. - Photo by TAZ
밀양 '얼음골'은 매년 가는 여름 휴가지에서 겹치는 곳이 없게 가려는 일념으로 찾아낸 곳입니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천연 석빙고'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지요. 우리나라 중에서도 덥디더움을 자랑하는 경상남도는 여름에 여행하기는 좀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목적지가 천연 석빙고라고 하니, 열심히 찾아가 보았습니다. 어릴 적 여름이면 냉장고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지라, 그 로망을 여기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형 마트에서 '얼음골 사과' 많이들 만나 보셨을 거예요. 얼음골 입구에 들어서니 그 유명한 사과 조형물이 떡~ 하니 서 있네요. 사과 중간에 현재 온도와 결빙지 온도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자꾸 타이밍을 놓쳐서 촬영하다 보니 글자가 뭉개졌을 때 찍혔어요.
절대비경의 신비로운 호박소와 주변 계곡, 물의 온도가 5도 정도 돼서 진짜 깜짝 놀라게 차가워요. - Photo by TAZ
인파를 따라 드디어 결빙지에 도착~ 한여름에도 평균 0℃ 내외를 유지한다더니, 시베리아에서나 불 듯한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요. 결빙지 안으로 들어가서 시든 파처럼 축축 늘어진 내 몸도 얼리고 싶은데, 철조망으로 보호를 해 놓았습니다. 철조망을 뜯을 기세로 안을 들여다보다가 얼굴에 자국만 내고 결국 남편에게 질질 끌려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계곡에도 돌이 참 많은 편인데요, 바위와 돌 사이사이에 결빙지보다는 약하지만 에어컨 가장 강한 바람 정도의 시원한 바랑이 솔솔 붑니다. 깊은 산새와 맑은 물을 계속 만날 수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어요. 그리고 이곳의 하이라이트! 바로 '호박소'라는 곳입니다. 참고로 이곳은 영화 <방자전>에서 춘향이와 이몽룡이 '꽁냥꽁냥' 하던 장소로도 유명하지요. 절대 비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소의 모습에 압도당해 버렸답니다. 아름다워서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아주아주 깊어서 들어갈 수는 없는, 관상용 공간이에요. 하지만 얼음골 계곡은 길~고 그만큼 물가도 많아서 첨벙 빠질 수는 없지만, 발만 닿아도 영혼까지 시원해지는 소소한 물놀이가 가능합니다.
밀양 얼음골
-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산내로 1647
- 주차 시설: 있음
- 문의: 055-356-5640(관리사무소)
- 홈페이지: tour.mirya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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