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와 제법 가까운 곳에 식물원이 생겼다고 해서 가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서울식물원'. '서울'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걸 보니 서울시에서 랜드마크로 삼으려고 마음먹고 만들었나 봐요. 방문했던 날은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여기저기 정비 중이었지만, 햇빛 쨍한 봄날이었기에 모든 게 예뻐 보이더라고요.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현대적인 느낌의 온실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구석구석 둘러보니 어느 공간에 있어도 힐링하기 딱~ 천천히 걸으며 식물의 상쾌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는 그곳! 오늘은 서울 속 거대한 정원이라 불리는 '서울식물원' 방문기입니다.
ㅣ 서울식물원 한눈에 살펴보기!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무려 50만 4천 제곱미터(15만 평)로 그 크기가 여의도 공원의 2배가 넘는다고 해요. 3천 1백여 종의 다채로운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지난 2018년 10월 임시 개관했고, 한 달 전인 3월에만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는 공간입니다. 그 구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크게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요.
- 열린숲: 서울식물원의 입구이자 방문자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연결된 광장에 들어서면 둘레숲 한가운데 넓은 잔디마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축제, 특별 전시 등 사계절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집니다.
- 주제원: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과 열대․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로 구성됩니다. 어린이정원학교와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마곡문화관(옛 배수펌프장)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 호수원: 호수 주변으로 산책길과 수변 관찰 데크가 조성된 공간. 호수 계단에 앉아 식물원을 조망하거나 습지식물과 텃새를 관찰할 수도 있는 휴식공간이자 생태 교육장입니다.
- 습지원: 서울식물원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물이 만드는 경이로운 생태 경관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자연천이가 보존되어 생물종다양성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한강나들목을 통해 식물원을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 참 많더라고요. 차는 어떻고요. 다행히 버스를 타고 갔기에 길고 긴 주차 줄을 서진 않았지만, 언제 오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마 5월에 정식 개장을 하게 되면 긴 줄은 더욱더 길어지겠지요. 나들이 시작부터 짜증 유발을 막기 위한 안내이니 꼭 참고하세요! |
ㅣ 바람을 닮은 곡선이 돋보여요! 근사한 온실 속 세계 12개 도시 정원
서울식물원에 도착하면 누구라도 그렇듯이 가장 눈에 띄는 공간! 물을 닮은 듯 바람을 닮은 듯한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현대식 건물이 있어요. 바로 지중해와 열대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식물문화를 발전시킨 세계 12개 도시 정원이 있는 '온실'입니다. 이곳에서는 500여 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는데요, 열대우림 속에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키 큰 식물도 잘 볼 수 있도록 스카이워크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의 다양한 나무들로 인해 마치 만화 속, 동화 속에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는 듯합니다.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토서토로'가 비 오는 날 쓸 것 같은 커다란 나뭇잎도 보여 귀엽고도 반가웠습니다.
ㅣ '씨앗도서관' 씨앗을 빌려드려요!
씨앗도서관이라니요. 이름부터 매우 흥미로워 지체 없이 들어가 보았어요. 마치 연구소같이 유리 실린더에 빼곡히 담긴 씨앗들 하며 씨앗이 어느 정도 자란 후의 모습을 말린 표본, 씨앗 하나하나의 히스토리까지, 어느 것 하나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느껴지는 장소였어요.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었는데, 씨앗을 대출해준다는 공간의 목적이 더욱 그러하게 만들었지요. 그렇다면 '씨앗 대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이것은 씨앗도서관에서 책처럼 씨앗을 대출받아 재배한 후, 수확한 씨앗을 기간 또는 수량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도서관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씨앗 대출 대장을 작성한 후 씨앗을 빌려 가면 되는데요, 대출 씨앗은 1인 1개(종)의 씨앗 봉투(약 1g, 씨앗 3~10립)가 제공된답니다. 그런데 혹시 잘 못 키워 씨앗을 다시 얻을 수 없으면 어떡하죠? 걱정 마세요~ 씨앗 반납은 의무사항이 아니랍니다. 다만 추가로 씨앗을 더 대출받고자 한다면 번식, 채종, 고사 등 기록(사진)이 필요합니다. 또한, 반납 실적에 따라 향후 대출 씨앗 종류와 수량이 변동되는 것이고요. 이 도서관은 시민들의 씨앗을 기증받기도 해요. 기증받은 씨앗은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시민들에게 다시 대출되는 것이지요.
ㅣ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식물문화센터 2층
앞서 소개한 씨앗도서관이 있는 2층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요. 우선 6천 8백여 건에 이르는 식물, 생태, 정원, 조경 등 국내외 식물 관련 전문 서적과 DVD, 연속 간행물을 만날 수 있는 '식물전문도서관'이 있어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니 이용에 참고해주시고요, 도서관 홈페이지(바로 가기)에 들어가면 저자강연회 등의 행사 일정을 볼 수 있으니 평소 식물에 관심이 있던 분이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으실 거예요. 필자가 또 흥미롭게 보았던 공간은 기프트샵인데요, 작고 아기자기한 다육 식물부터 식물을 패턴화, 단순화한 예쁜 문구류들, 실제 꽃과 식물을 말려 스티커로 만든 압화 스티커 등 하나하나 다 소장하고 싶은 물건들이 많더라고요. 좋은 분께 선물용으로 구매해도 참 좋은 물건들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예쁜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갤러리처럼 꾸민 휴게 공간도 느낌이 참 좋았고요, 카페나 푸드코트도 잘 되어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와도 편리하게 시설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ㅣ 이제 밖으로 좀 나가볼까요?
가장 궁금했던 1층의 온실을 지나 식물문화센터 2층의 각종 시설을 지나고 보니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더라고요. 문밖으로 나가니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마치 하나의 무늬같은 까만색 계단이 이어져 있었어요. 꽤 높이 올라가 보니 온실 뒤편의 정원으로 이어졌고요. 아직 심은 지 얼마 안 된 나무들이라 조금은 황량해 보였지만, 나무 사이사이 이어진 오솔길이라든지, 작은 물가라든지, 온실 뒤편의 우뚝 솟은 유려한 기둥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참 멋지더라고요. 이곳을 통해 서울식물원 어디라도 갈 수 있어요. 호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의 호수원과 한강과 연결된 습지원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햇빛 좋은 날 좋은 사람과 걷기만 해도 좋은 곳입니다.
서울식물원 - 주소: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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