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보기 좋게'라는 개념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와 설계, 사용 과정 하나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문화예술의 경계를 훌쩍 벗어나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듯이 말이에요. 오늘은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제3세계 사람들의 생존을 돕는, 어떤 아이템 이상의 것에 관해 이야기할까 해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 랩 ID+IM'의 섬김과 나눔에 관한 작업을 통해서 말이에요. 모기퇴치 사운드 스프레이, 빛깔대기(빛조명), 마사이 스마트 지팡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디자인도 있어요! 마음 따뜻하게 데울 준비 되셨나요?
ㅣ '사운드 스프레이' 살충제 대신 소리로 모기를 쫓는다!
몸에 해로운 살충제 말고 소리로 모기를 쫓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병 중 모기를 통한 말라리아 감염, 그로 인한 사망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해요. 특히 5세 미만 신생아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요. 배상민 교수와 ID+IM 연구원들은 "어떻게 하면 한 번의 공급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지는 모기 퇴치제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을까?"에 목표를 두고 '사운드 스프레이(Sound Spray)'라는 초음파 모기 퇴치기기를 개발했다고 하네요. 이 기기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소모품이 아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 둘째, 호흡기 건강을 해치는 화학적 성분이 아닌 초음파를 분사시키기 때문에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 셋째, 평소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살충제 스프레이와 형태 및 사용법이 같기 때문에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운드 스프레이는 어떤 원리로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걸까요? 가장 관건이 전기일 텐데요, 사용자가 스프레이를 사용하기 전 통을 흔드는 행위만으로도 자가충전이 된다고 합니다. 약 1분간 흔들면 1~8시간 동안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니까요. 모기가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이 초음파로 사방 5m 안에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걱정은 마세요, 이 소리는 모기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니까요. 아기가 쌔근쌔근 자고 있어도 걱정 없이 뿌릴 수 있답니다.
ㅣ '빛깔대기' 흙집에 꽂아만 주세요. 전기가 없어도 밝아져요!
지금의 우리는 전기가 있어 '참 고맙다'는 생각 잘 안 하잖아요.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지구촌 곳곳에서는 대낮에도 어둡고 눅눅한 흙집에서 전기도 수도도 없이 생활하는 곳이 참 많다는 것을요. '빛깔대기(Light Funnel)'는 전기가 연결되지 않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조명 장치랍니다. 어떤 원리로 사용하느냐고요? 흙집 천장에 구멍을 뚫어 빛깔대기를 꽂으면 태양광이 깔대기를 통과하면서 내부의 물과 반사판에 의해 증폭돼 전기 없이도 흙집 내부를 환하게 비춥니다.
요 기특한 '빛깔대기'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첫째, 나사 모양으로 생겨 특별한 도구 없이도 흙집에 간편 설치가 가능해요. 둘째, 약 1.99달러(한화로 2,560원)의 저렴한 설치 비용이 들어요. 셋째, 낮의 태양을 이용한 자연조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예요. 어느 정도냐 하면, 흙집에 이 '빛깔대기'를 꽂았을 때 90lx(럭스(lux) 조명 단위)의 밝기가 되는데요, 우리가 보통 실내에서 사용하는 밝기가 50~100lx 정도이니 꽤 밝은 편입니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흙집에 그야말로 한 줄기 빛이 되겠네요.
ㅣ 마사이 부족의 경제적 자립, 마사이 스마트 지팡이
마사이족은 아프리카 많은 부족 중에서도 우리에게 참 많이 알려졌어요. 바로 '건강의 대명사'로 말이지요. 한참 전에는 '마사이족 신발'까지 유행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원시사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사이족의 경제적 도움을 위해 고안된 디자인 제품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마사이 스마트 지팡이(Maasai Smart Cane)'입니다. 이 지팡이는 마사이 부족이 사자와 싸움을 할 때 사용하는 나무로 만든 스마트 지팡이인데요, 지팡이 손잡이 안에 GPS 장치가 내장돼 있어 지팡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팡이 중앙의 SOS 버튼을 누르면 사전에 지정된 보호자와 응급구조대에게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마사이족은 목재를 이용한 전통적인 공예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요. 반면 잘 사는 나라의 노인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안전한 일상생활을 추구하고 있지요. 배상민 교수와 ID+IM 연구원들은 마사이족이 만든 나무 막대기에 조립할 수 있는 스마트 손잡이(Smart Grip)를 디자인하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했답니다. 선진국을 위한 건강 보조 장치를 판매하여 발생한 수익을 마사이 부족에게 100% 기부하여 부족민이 이를 기반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지요. 이것이야말로 꿩먹고알먹고, 일석이조, 일타쌍피의 좋은예 아닐까요.
*참고: 타이포그래피 서울(배상민 교수 칼럼) l 디자인 랩 ID+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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