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든 정보 생활/개인정보 A to Z

[개인정보 A to Z] '보안의 역사' PIN으로 잠금 해제, 4천 년 전 고대인들도 사용했다고?

 

" '로그인을 하시려면 PIN 번호를 입력하세요'
'생체 인식 혹은 PIN 암호로 로그인하기'
'계정 PIN 만들기 또는 변경하기'
우리에게 익숙한 보안 안내 문구들입니다.
그런데, 고대인들도 보안에 '핀'을 사용했다는 거 아세요? "

 

지금은 정보화 사회이자 전산화 사회입니다. 개인정보, 신용정보, 금융정보 등이 '귀중품'인 시대이고, 이것들은 전산망에 보관됩니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들은 잠금장치입니다. 

디지털 이전의 세상에도 보안은 존재했습니다. 금고, 서고, 곳간 같은 각종 저장고는 요샛말로 '락이 걸려' 있었습니다. 잠금장치(lock) 말입니다. 인류가 처음 사용한 잠금장치는 핀(PIN) 타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대인들도 사용했던 'PIN 보안',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ㅣ4000년 전부터 사용된 '핀 자물쇠'

 

자물쇠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껏 발굴·규명된 사적지 및 유물을 통해 '자물쇠의 역사'를 추정해볼 수는 있죠. 현재 알려진 바, 인류 최초의 자물쇠는 약 4000 전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나무로 만들어진 이 자물쇠는 이라크의 코사바드(Khorsabad) 궁전 터에서 발견됐습니다. 고대 중동 국가 아시리아의 유적 중 하나였죠. 아시리아 문명이 서력기원전 2000년경 존재했으니, 자물쇠의 연식(?)은 4000년쯤 되는 셈입니다.

 

아시리아의 핀 자물쇠를 본뜬 모형, 이미지 출처: Gates of Nineveh(바로가기)

 

 

 위 자물쇠의 작동 원리, 이미지 출처: Daily Medieval(바로가기)

 

 

외관을 한 번 볼까요? 자물통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핀 세 개가 수직으로 꽂혀 있습니다. 열쇠에 붙은 세 돌기를 세 핀들의 하단부와 접촉시켜 들어올리면 잠금 해제되는 방식입니다. '아시리안 핀 락(Assyrian pin lock)'이라 불리는 이 자물쇠는 고대 이집트의 목재 자물쇠와 매우 흡사해요. 그래서 혹자는 아시리아 자물쇠의 발전형 모델이 이집트 자물쇠라 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 우리도 '핀 락'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보안 해제 시 입력하는 숫자들을 종종 '핀 번호'라 부르기도 하니까요.

 

 

이집트 자물쇠 모사품의 사용 및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 동영상 출처: 유튜브 'Ursus Workshop'

 

 


ㅣ폼페이에서 발견된 인류 최초의 도어락?

폼페이는 화산 피해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비운의 역사뿐 아니라, 이곳은 고대 로마의 생활상이 남아 있는 유적지로도 유명해요. 잠금장치 또한 폼페이에서 발견된 여러 유물 중 하나입니다. 이집트인들의 핀 자물쇠를 좀 더 정교하게 업그레이드시킨 형태라 할 수 있는데요.

앞서 살펴본 아시리아와 이집트의 핀 자물쇠는 그 구조가 다소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자물통에 핀을 꽂아 잠그고 열쇠의 돌기로 핀들을 들어올려 여는 식이죠. 이 글에 첨부된 사진 자료만으로도 작동 방식이 대강은 이해되는 정도랄까요?

 

폼페이에서 발견된 고대 로마인들의 핀 타입 잠금장치. 오늘날의 도어락 장치와 비교해 보면 더욱 흥미로울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Historical Locks(바로가기)

  

 

로마인들의 핀 타입 잠금장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에야 사진만 보아서는 작동 원리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죠. 이렇듯 정밀 제작이 가능했던 이유, 바로 금속 세공술 때문입니다. 

로마인들의 잠금장치 소재는 아시리아와 이집트처럼 목재가 아니라 금속이었어요. 뛰어난 금속 세공술을 바탕으로, 로마인들은 목재 자물쇠에 비해 더 세밀히 구조화된 보안 기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정도면 고대 로마 문명을 '도어락 시스템'의 효시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ㅣ흥미로운 보안의 역사

4000년 전 자물쇠의 '핀'이 지금껏 보안에 쓰인다는 사실. 오늘날인류를 겸손케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여전히 빚 진 느낌도 들고, 우리나라 선조들이 왜 '온고지신'을 강조했는지 이해됩니다. 2019년의 보안 기술이 6019년(!)에는 어떻게 발전돼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H. 카가 말했다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입니다. 시시각각 발전하고 변모하는 보안 영역이라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이 더 촘촘해야겠죠. 지난달과 이번 달, 어제와 오늘, 1분 전과 지금, 이렇듯 시간을 쪼개가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을 보안 전문가 여러분! 감사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