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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A to Z] 나인 줄 몰라? 맘만 먹으면 알아? 빅데이터 시대 '가명정보' 이야기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이 개정안에서 가장 논쟁적인 것이 바로 이번 시간에 알아볼 '가명정보'라는 개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 즉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입니다. 기술명에도 명시돼 있듯, ICT 발전의 밑감은 다름 아닌 '정보'죠. 정보의 질과 양이 기술 품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정보 수집'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첨단산업의 작동 원리이기도 합니다.

이 정보에는 물론 '개인정보'도 포함됩니다. 이름, 나이, 성별, 나이, 주소, 직업, 취미, 결혼 여부, ······. 이런 개인적 신상 명세가 기업 또는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시대. 신기술의 소비자로서 얻는 만족감 못지않게, 개인정보 주체로서의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겠죠.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가명정보'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습니다.

 

빅데이터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 개인정보는 어디쯤에 있을지, 어디로 휩쓸려가고 있을지, 불안하지 않으세요?

 


ㅣ가명정보 개념 알기


가명정보란 '개인정보 주체의 실명이 가려진 정보'입니다. 개인의 가명정보를 수집한 기업·기관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실명을 알지 못하고, 실명을 조회해야만 알 수 있는 추가 정보들의 수집을 제한받게 됩니다. 즉, 인정보 오남용의 예방책으로서 가명정보 도입이 제안된 것이죠.

 

개인정보와 관련된 개념체계를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구분하고, 가명정보는 통계작성, 학술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며, 가명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관련 기록을 작성·보관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성 확보조치를 하도록 하고, 특정 개인을 알아보는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벌, 과징금 등의 벌칙을 부과하도록 함 

_『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가명정보와 관련한 주요 내용 
(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바로가기) 

※ 개인정보 / 가명정보 / 익명정보  
· 개인정보: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된 정보로, 정보 주체 식별이 가능 
· 가명정보: 개인정보를 '홍길동' 같은 가명으로 처리한 형태로, 추가 정보 결합 없이는 정보 주체 식별 불가능 
· 익명정보: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1인가구 수', '사이렌24 모바일 앱 사용자의 연령 분포' 같은 수치·통계 정보 


밑줄 친 부분을 가명정보 도입 제안의 구체적 이유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요약하면, ①개인정보 보안의 안전성을 대통령령 차원으로 엄격히 보장하고, ②개인정보 처리자(기업·기관)가 개인정보 주체인 국민 개개인의 신상을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법제화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만 이해해서는 그저 좋게만 보이는데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후 지금껏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이유, 대체 뭘까요?

 


ㅣ개인정보 '처리자'와 '주체'의 목소리 모두 귀 기울여야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통계작성, 학술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항에 따라 가명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이 경우 더 이상 개인을 알아 볼 수 없는 익명처리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때에는 이에 의하여야 한다. 

_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제3절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 제28조의2 제1항, 제2항 
(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바로가기) 
※ 해당 링크에서 한글(hwp) 파일을 내려받기 하시면 개정안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①의 밑줄 친 부분이 아마도 가명정보 갑론을박의 핵심 쟁점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정보 처리자, 개인정보 주체 각각의 입장차 때문입니다. 

빅데이터 업계 등 개인정보 처리자의 경우, 가명정보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 정보를 더 간소화된 시스템으로 수집하고, 이를 반영해 신기술과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령, 의료 기관이 '국민 연령대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병원 진료 과목'을 파악하고자 고객 가명정보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나이별 맞춤형 의료 정책'을 수립할 수도 있겠죠.
  

열쇠를 돌리면 '가명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지금 공존하는 것이죠.  (미래가) 열렸다 / (보안이) 뚫렸다 


반면, 개인정보 주체(=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가명정보는 '우려'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명'이라 해도, 내 정보가 허락 없이 유통된다면 불안해지게 마련이죠. 물론 ②의 밑줄 내용과 같은 안전 장치가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내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못내 걱정스러울 것 같은데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가명정보와 관련해 최근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더 철저한 안전 장치 마련'이 골자입니다.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고, '가명정보의 목적 외 이용 또는 제3자 제공 시에는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등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안전조치를 추가함이 바람직하다. 

_인권위 보도 자료(2019. 7. 25),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 표명> 중 
(바로가기)

 

요컨대,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하되 안전 조치를 강화하자'라는 의견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또 다른 논의가 파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가명정보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니까요. 

개인정보 보안은 '잠금', 미래는 '잠금 해제'. 이렇게 될 수 있는 방안이 분명 존재하리라 믿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가명정보 찬반론을 다룬 이유, 바로 이겁니다. '최소한 모르고 당하지는 말자!'. 개인정보 보호법의 보호 대상은 당연히 개인정보 주체인 우리 모두입니다. 관련법 개정의 진행 상황을 눈여겨보는 건 우리 모두의 권한이고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앞으로 어떻게 조율되어 가는지,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