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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산다/미래 생활 이야기

[미래생활 이야기] "나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 챗봇(Chatbot),좋은 대화의 조건


"넌 누구니?"
"저요? 저는 챗봇인데요? 왜요? 인간 같나요?"

 

고객센터와의 연결은 오래 걸립니다. 대단한 걸 물어보려는 게 아닌데도 통화 버튼 누르고, 개인 정보 입력하고, 한참 동안 통화대기음이나 기업 광고를 들어야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30초짜리 대화를 위해서 적어도 10분을 기다려야 한다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비효율이 또 있을까요? 

최근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Chatbot)이 전자상거래, 마케팅, 고객 서비스, 인사 및 채용, 금융서비스 및 핀테크 등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요. 기업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고객은 대면이나 전화 상담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좋은 기술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1년까지 전 세계 챗봇 시장은 연평균 37% 이상 성장해 20201년에는 31억7000만 달러(약 3조 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가트너(Gartner)는 2020년이면 고객 대응 업무의 85%가 무인화될 것이라고도 예측하기도 했고요.

 


ㅣ그래서 말인데요, 챗봇과 대화해본 적 있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실 확인이나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챗봇을 사용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저도 패턴인식, 자연어 처리, 시멘틱 웹, 텍스트 마이닝, 상황인식 컴퓨팅 등 핵심 기술들이 발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 시도해본 적이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에 쉽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화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여요. 너무 앞서갔던 탓이겠죠. 머릿속에는 영화 <Her, 2013>에 나오는 '사만다'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사만다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아니더라도, 여유 있게 농담 정도는 주고받고 싶었나 봅니다. 

 

 


ㅣ인공지능, 어디까지 왔죠?


올해 5월, 미용실 예약을 해주는 구글의 인공지능 '듀플렉스'가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 '구글 IO'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듀플렉스가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고객 대신 미용실 예약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듀플렉스는 직원의 기다려 달라는 말에 "음…으흠?"이라며 고민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예약 시간을 두고 협상을 하기도 합니다. 




 구글 듀플렉스(Duplex) 시연 영상... 사람과 AI의 대화, 동영상 출처: 조선일보 Youtube


영상을 본 후엔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1950년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제안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가볍게 통과할 것이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죠. 당시 언론에서는 현실로 다가온 미래 인공지능 기술에 열광하면서도 비윤리적이라는 논란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인간의 대화상대가 되지 않겠어요?

 

*튜링 테스트: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로, 앨런 튜링은 1950년에 철학 저널 Mind에 발표한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 '상대가 누군지 모른 채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았을 때 컴퓨터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컴퓨터가 지능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ㅣ챗봇을 인간답게 만드는 좋은 대화의 조건

 

인간은 챗봇과의 대화에서도 좋은 대화(Good Conversation)를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리서치(바로가기)에는 2019년 7월 28일 출간된 '무엇이 대화를 좋게 만드는가? (What makes a good conversation?)'라는 논문이 올라와 있어요. 인간의 좋은 대화의 특성을 연구하면서 이러한 특성들을 토대로 챗봇이 향후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지를 공학적인 시선에서 담아내고 있죠. 

이 연구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인공지능을 테스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Facebook Research


연구는 잡담 대화(chitchat dialogue)에서 중요한 특징인 반복(repetition), 구체성(specificity), 응답 관련성(response-relatedness), 질문(Question-asking), 4가지 속성을 제어하기 위해 조건부 훈련(conditional training)과 가중된 디코딩(weighted decoding)이라는 두 가지 신경 텍스트 생성 방법(controllable neural text generation methods)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이러한 매개 변수들이 페르소나챗(PersonaChat)*이라는 대화형 과업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했습니다. 또한, 영향력을 측정하기 위해 인간 평가 방식을 사용했고 높은 수준의 대화 내용을 통해 변수 간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페르소나챗(PersonaChat): 2명이 짝을 지어 참여하는 대화형 과제로, 2명 모두 사람일 수도 있고 2명 중 1명만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챗봇일 수도 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보시면 깜짝 놀랄 거예요. 너무나 뻔한 내용이라서요. 

 

1. 균형 잡힌 대화

반복, 구체성, 질문은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서로의 균형감을 맞춰야 좋은 대화로 마무리될 수 있어요.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어도, 너무 구체적인 내용을 담거나 대화 내용을 파고들어도, 질문이 너무 많아도 좋은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적절한 흥미, 경청, 호기심 요소

누군가와 대화할 때 흥미를 보이고 진지하게 경청하며 적절한 호기심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과하면 기계적인 대화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상대와의 대화

최적화된 대화의 체계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 상대를 바꿔가며 대화의 과업들이 수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대화 상대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챗봇에 반영되어야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주제를 적절히 주고받으며 지속해서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죠. 


4. 참여(engagingness)와 인간성(humanness)

연구자들이 구축한 챗봇은 참여의 측면에서는 인간처럼 여겨질 정도로 작동될 수 있지만, 인간성을 보여주는 지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인간성이 기술적으로 확보되지 않더라도 참여의 측면에서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작동할 수 있어 현재 수준보다 높은 품질의 챗봇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의 입장에서 결론은 그저 그렇습니다. 당연한 걸 연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죠. 그럼 챗봇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까요? 챗봇에게는 큰 성과입니다. 반복, 구체성, 응답 관련성, 질문 등 몇 가지 속성을 조절해 인간의 대화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기준을 적용해 인간다운 대화에 가까워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이게 미래 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라며 결론을 궁금해하실 것 같네요. 인간의 대화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요. 미래에는 더 그렇겠죠? 그런데 챗봇(인공지능)은 더 인간다운 대화를 연구하고 있다는 거예요. 언젠가 챗봇의 대화 기술은 인간과 대등해질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요? 최근 지인과 나눈 대화를 생각해보세요. 정보만을 공유하는 챗봇의 대화를 닮아 있진 않나요? 결국 인공지능이 다시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운 대화란 무엇일까요?' 먼 미래에 어쩌면 우리는 챗봇과의 수준 높은 대화를 위해 인간의 대화를 다시 배워야 할 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한국인터넷진흥원 <2019년 Vol.7 KISA Report, 무엇이 좋은 대화(Good Conversation)을 만드는가> ▶바로가기
조선비즈 <알아서 미용실 예약도 척척… 사람 같은 구글 인공지능, 2018.05.24> ▶바로가기 
한국일보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사람일까, 기계일까… 튜링 테스트 통과 눈앞에, 2018.07.09> ▶바로가기 
사이언스타임즈 <인간 눈도 속이는 AI 시대의 미래는?, 2019.07.22> ▶바로가기 
TED <셀레스트 헤들리 -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10가지 조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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