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국가가, 혹은 내가 소속된 회사가
나의 SNS를 감시하겠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실 것 같으세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결코 있을 수 없지!'
이렇게 단호히 말씀하실 분들이 많으실 듯한데요.
그런데 이 문제는 지금도 찬반 논의가 이루어질 만큼
커다란 사회적 이슈랍니다."
이달 초, 눈에 띄는 해외 뉴스 하나가 국내 언론 매체들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 개개인의 SNS를 감시하려 한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유는 바로 탈세 혐의 포착. 이를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SNS 감독 강화 방안'을 두고 역시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설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에 등장했던 '빅브라더'의 재현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빅브라더란 소설 속에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찰하던 권력자의 호칭이죠.
ㅣ'감시' 혹은 '규제'
프랑스의 사례와 같은 '개인 SNS 감독' 이슈를 쾌도난마로 풀이하시는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내 사생활이 담긴 SNS를 왜 국가가 들여다봐? 프랑스 정부가 잘못했네!'라고 생각하실 분들일 텐데요. 그런데 이 이슈는 일단 논제로 설정되기만 하면, 꽤 입체적인 토론으로 확장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이론과 이견이 생성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개인 SNS 감독을 '감시'로 보느냐, 또는 '규제'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한 입장이 정립되는 것입니다.
책 한 권을 펼쳐보겠습니다. 2015년 출간된 『당신의 선택은? – 기업 윤리』라는 제목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시리즈의 '기업 윤리' 편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개인 SNS 감독과 관련한 내용이 이 책에도 실려 있어요. 무려 1개 챕터를 할애해 다루고 있죠.
" 엘즈윅과 피플즈는 고용주가 종업원의 사생활을 존중해줄 필요는 있지만
부주의한 채용과 고용 유지를 피할 책임도 있다고 말한다.
종업원이나 종업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소셜미디어, 즉 사회 매체를 감시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심각해질 수 있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고용주가 소셜미디어를 무제한 감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생활 수준에 관한 법률과 근무 이외의 시간에 종업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법률은 존중하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크렐은 종업원의 사생활이 중요하다고 보며 모호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각 회사의 인적 자원 부서와 근로자 보안 담당 부서장의 조율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작성하고 또 자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회사 전체에 통일된 정책이 마련될 뿐 아니라,
종업원들에게 자신의 소셜미디어가 감시될지, 감시된다면 어떤 식이 될지를 공개할 수 있다. "
『당신의 선택은? – 기업 윤리』, 챕터 11 「고용주가 종업원의 소셜 미디어를 감시하는 행위는 정당할까?」 중
알아차리셨겠지만, 위 인용문은 '고용주가 종업원의 SNS를 감시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찬반 입장입니다("엘즈윅과 피플즈"가 찬성, "크렐"은 반대). 양쪽의 논리 모두, 곰곰 고민해볼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즉, 고용주와 종업원 각자의 시각과 견해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할 만한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고, 따라서 이 둘의 시각차를 좁히기 위한 정책적·지적 노력 또한 마땅히 수반될 만한 것으로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 양론의 이해 당사자는 '고용주'와 '종업원'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이른바 '프랑스판 빅브라더' 이슈의 이해 당사자는 (무려) '국가'와 '국민'이죠. 논쟁의 스케일이 훨씬 더 커진 셈입니다. 이론과 이견의 카테고리가 보다 방대해질 것입니다. 프랑스 현지인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화두가 될 사안이죠.
ㅣ4차 산업혁명 시대, 고민의 디테일이 좋은 해법을 이끈다
이달 14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최한 곳은 대한의사협회였죠. 의사들의 SNS 활용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이를 제정하기에 앞서 협회원들이 모여 이견 및 이론을 주고받으며 보완점을 정리하는 자리였습니다.
SNS를 통한 의사-의사, 의사-환자, 의사-일반대중 간 자율적 소통은 긍정적이되, 의사 사회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의료 정보나 의사 개인만의 주관 등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관리되어야 한다, 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물론, 가이드라인 자체가 사실상 의사 개개인을 제재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죠.
'프랑스판 빅브라더' 이슈, 『당신의 선택은? – 기업 윤리』 속 사례,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 이 세 가지 사안들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습니다. 설정된 '아젠다'는 같지만 각각의 이해 당사자는 다르죠. 그런가 하면 토의 과정의 얼개는 또 서로 유사해 보입니다. 찬반론으로 갈리면서도, 어느 한 쪽만이 '참'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는 양상이라는 점에서요.
어쩌면 이러한 '고민의 디테일'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고유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객관식 문제 해결이 아닌, 상호 의견 대립과 조율을 거쳐 입장차를 좁혀 나가기. 입장차(시각차)를 좁힌다는 것은, 어떤 입장이든 존중하고 경청한다는 태도를 전제하죠. 고민의 디테일과 해법의 스케일이 정비례하는 세상,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발판으로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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