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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산다/IT 최신 정보

[IT 최신 정보] 한국 기상청은 못 믿겠다? '기상 망명족' 되기 전 필독 사항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어느덧 이상 기후가 낯설지 않게 됐죠.
유례없이 긴 장마, 연잇는 가을 태풍 등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외출할 때 스마트폰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기상예보 확인은 이제,
'빠뜨리면 하루 전체가 곤란해지는' 요소 아닐까요?
'기상 망명족'이 되기로 결심한 분들의 심정,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상 망명족'은 최근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국내 기상청 예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 여러 나라의 기상 관측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기상 망명족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 망명을 고려 중인 분들이 계실 듯한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기상 망명족의 '최애'로 불리는 노르웨이 기상청, 체코의 기상 앱 '윈디'와 우리나라 기상청의 최근 예보 비교! 여러분의 기상 망명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l 기상 망명지 '노르웨이 기상청', 광복절 서울 날씨 못 맞힌 이유

첫 번째로 알아볼 곳은 노르웨이 기상청입니다. 대표적인 기상 망명지(?)입니다. 우리나라에 연일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8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노르웨이 기상청'이 오른 적이 있죠. 장마 기간 중 국내 기상청 예보가 몇 차례 맞지 않았고, 이에 해외 기상청 사이트로의 국내 네티즌 유입이 급증했습니다. 그중 한 곳이 노르웨이 기상청이었어요. '국내 기상청보다 정확도가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텐데요. 정말 그럴까요?



유튜브 채널 '노르딕컬쳐랩'의 콘텐츠 <기상 망명족이 선택한 나라가 노르웨이라고?!>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기상 예보는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의 수치 모델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ECMWF는 1975년 조직된 유럽 내 독립 국제기구예요. 소재지는 유럽이며, 회원국 30여 곳과 협력 국가들에 기상 관련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발전된 슈퍼 컴퓨팅 능력을 이용해, 70여 개의 위성으로부터 일평균 4천만 건의 관측 데이터를 통합한다”(연합뉴스, 2016.9.12, 기사 바로 가기) 하네요.

우리나라는 '영국 수치예보모델(UM, Unified Model)'을 활용하다, 올 4월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을 도입했습니다. KIM과 UM의 데이터를 기상 예보의 기초 데이터로 삼는 거죠. 한마디로 유럽은 유럽형 모델을, 한국은 한국형 모델을 토대로 영국형 모델을 참고하여 날씨를 관측하는 거죠. 한국과 유럽의 모델 사이엔 슈퍼 컴퓨팅 능력의 차이가 확실히 존재합니다(ECMWF는 유럽 내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슈퍼컴퓨터 단지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유럽형 모델의 슈퍼컴퓨터가 훨씬 월등하니 한국의 기상 상황도 잘 맞히겠네'로 연결되진 않아요. 실제로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날씨의 경우, 노르웨이 기상청은 서울 강우량을 총 30mm 안팎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론 시간당 200~300mm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예보한 바대로 장대비가 쏟아졌죠. 자,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 슈퍼 컴퓨팅 능력으로 유럽 외 국가들의 기상 상황을 맞힐 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유럽형 기상 예보 모델(ECMWF)은 유럽 국가들의 기상 상황에 최적화된 것!

✓ 따라서 한국의 날씨는 한국형 기상 예보 모델(KIM)을 토대로 관측해야 함! 즉, 유럽보다는 국내 기상청의 예보를 신뢰하는 것이 더 낫다!

 

 

기상청 공식 유튜브 콘텐츠 <기상청에 슈퍼 컴퓨터가 필요할까요?>



ㅣ 태풍 예보 격돌! '체코 앱 윈디' vs. '한국 기상청' 결과는?

가을 태풍 '바비'가 한반도에 상륙한 시점은 지난 8월 27일 오전 5시 30분경. 상륙 지점은 북한 황해도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바비는 왔고, 움직였고, 떠났습니다.

당시 국내 몇몇 언론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던 내용이 있는데요. 한국 기상청과 체코의 기상 앱 '윈디'가 태풍 바비를 놓고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ECMWF 수치모델을 활용하는 윈디는 바비가 중국 단둥시 인근에 상륙한다고 예보했습니다. 만약 윈디만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면, 태풍 바비를 제대로 대비할 수 없었겠죠.

바비 이후 또 다른 가을 태풍 '마이삭'이 왔죠. 이번에도 윈디와 우리 기상청은 판이하게 예측했습니다. 태풍 상륙 지점부터가 전혀 달랐죠. 윈디는 마이삭이 한반도 서쪽으로 북상해 제주도-부산-경북을 통과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부산 상륙 후 울산-대구-포항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간다고 짚었고요. 마이삭이 한반도 서쪽을 주시했다면, 우리 기상청은 남동쪽(부산-울산-대구-포항)에 주목한 셈입니다.

가을 태풍 바비와 마이삭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이 윈디보다 정확했던 것입니다. 앞서 노르웨이 기상청을 살펴볼 때와 비슷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네요. 한반도의 태풍 예보 역시, 유럽형 기상 예보 모델(ECMWF)보다 한국형 기상 예보 모델(KIM)이 더 신뢰할 만하다는 것!


태풍 경로 예측 과정을 설명한 뉴스 영상(MBC충북NEWS 2018.8.23)




한국의 예보관들이 한국형 모델로 한국의 날씨를 모니터링한다는 것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 기상청만 너무 변호해주는 것 아냐? 오보청이란 별명이 괜히 나왔어? 올해 장마철 때 오보가 결코 적지 않았잖아?'라고 말입니다. 뭐,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장마 기간 기상청 예보와 실제 날씨가 달라 낭패를 본 분들이 분명히 계시죠. 비 안 올 거라더니 폭우가 쏟아졌다거나, 장대비가 올 거라더니 화창했다거나, ···.

이번 포스트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우리나라와 해외 국가들이 지표로 삼는 기상 예보 모델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유럽엔 유럽형 모델이, 한국엔 한국형 모델이 있다는 거죠. 또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유럽엔 유럽의 예보관들이 유럽을 모니터링하고, 한국엔 한국의 예보관들이 한국을 모니터링한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나라 날씨는 해외 기상청보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더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론적(혹은 시스템적)으로는요. 기상 전문가 손석우 교수(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최근 인터뷰 한 대목을 인용하며 이번 포스트를 마칠까 합니다.

“사실 노르웨이 기상청은 큰 기관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예보를 하는 기관이 아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이 예측한 수치를 그대로 찍어준 것에 불과하다. 노르웨이 사람이 서울·부산 등 한국을 모니터링하면서 예보하는 것이 아니다. 노르웨이 기상청 예보와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를 실제로 비교하면 사실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 적중률이 더 높기는 했다. 한두 건 정도 더 잘 맞았는데 이것이 부각돼서 훨씬 더 잘 맞는다는 얘기가 퍼진 것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이 우리나라 기상 관련해서 시사한 바는 크다고 본다. 국민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능동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 2020.9.4, 기사 보러 가기